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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00이 입금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폰뱅킹으로 월급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치킨을 사올까했지만 귀찮았다. 아르바이트 월급날 치킨을 먹는건 월급날의 통과 의례와도 같다. 어렸을때는 아빠가 월급날이면 치킨을 사주셨지만 커서는 오빠와 내가 월급날때마다 치킨을 산다. 이제 돈 쓸일들이 자신들의 순서를 차례차례 기다리고 있다. 각인 반지를 주문할 것이고, 운동화를 살거고, 면허증을 발급받으러 갔다올거다. 주문한 반지가 집으로 와서 박스를 뜯어볼 때, 새로 산 운동화가 주는 감각에, 고대하던 면허증을 발급받아 집으로 돌아올 때 기분이 좀 나아질지 모른다. 책도 한 권 사고 싶다. 늦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 한 권씩 꼭 샀었다. 두 권 중에 한권은 잘못 산 것 같지만, 한 권은 잘 산것 같아 기분이 좋다. 줄까지 그어가면서 열심히 읽었고, 한 권은 한 번 읽고 방치 상태다. 


이렇게 아빠와의 저녁을 포기하고, 저녁을 먹고 침대에서 스마트폰 만지면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포기하고 한 달동안 카운터 앞에 서있으면 80만원이라는 돈이 생긴다. 돈은 인간에게 선택의 여지를 준다.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여지, 사고 싶은 것을 선택할 여지, 가고 싶은 것을 선택할 여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여지를 제공한다. 본인 인생은 본인이 산다지만 사람이 살면서 선택할 수 있는것이 많이 없다. 이미 정해져 있는것에 따라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돈을 벌면, 그래도 최소한의 생활을 선택할 수 있고, 더 많은 돈을 벌면 최소한의 생활보다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돈'이다. 결국 산다는건 다 '돈' 얘기다. 


8월은 나한테 좀 힘들었다. 가게 사장과 안좋은일이 있었고. 그외 다른 사건들의 여파로 몇년동안 하지 않았던 실수를 연달아서 하기도 했다. 지금 내가 우울에 잠식되어 있는 이유도 이러한 사건들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80만원이 입금되자 일주일전의 기억이 나서 기분이 안좋았다. 월급날 기분이 안좋았던건 처음인것 같다. 



사장과 나의 관계를 입금내역보다 확실히 정의하는건 없다. 입금을 해주는 자와 입금을 받는 자. 나의 위치는 입금을 받는 자이다. 애초에 사람이 살기 위한 수단이 자본이였다.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 자본이라는게 등장했지만, 역으로 원활한 자본 생산을 위해서 수단이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 올바른 우선순위에 대해서. 


요즘 나는 누구에게 연락을 하기도 싫고, 연락이 오는 것도 싫고, 돈을 쓰기도 싫고, 돈을 안 쓰기도 싫고, 취업 안하기도 싫고, 취업하기도 싫고 이상하다. 한 시간 뒹굴거리다가 또 아빠와의 저녁식사를, 저녁 식사후 스마트폰 만지면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포기하러 가볼까 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려면 얻는 것이 포기하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되는거 아닐까. 이 아르바이트가 그만큼 가치있는지 모르겠다.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 내 자신을 위한 휴식시간을 포기하고 무언가를 위해 일 하려면 그만큼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치가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디 멀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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