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잔상

작성일자 2017. 08. 24.

친구든, 연인이든 그 관계가 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사람에 대한 생각이 난다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가서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흔히 연인관계에서 이별 후 이 잔상을 견디지 못해 다시 만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나도 이 잔상을 정말 무서워한다. 인간관계가 지속되는 동안에 얼마나 마음을 주었느냐가 그 관계가 실패했을 경우 잔상의 정도를 결정한다. 


내 지난 20대초반의 가장 큰 괴로움이 이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생각나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대로, 그저 나로서 일상을 살아가면 되는데, 감정에 대한 몰입이 높은 나로서는, 잔상을 사실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든 걸 보면,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구나. 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냥 잔상을 좀 깊게, 오래 느끼는 것 뿐 이었는데.


방송인 김제동이 그런말을 했었다. 몇년을 알고 지낸 관계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끊어질 수가 없다고, 자신한테 조금 여유를 주어야 한다고. 나는 그 말이 꽤나 위로가 됬었고 스스로한테 정말 미안했었던것 같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그런 내 모습을 내 스스로가 안아주지 못했다. 그냥 잔상을 느끼는 것이 힘드니까 그저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실패한 관계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돌아갈수있다는 기대감이 좌절되었을때는 잔상이 배로 늘어나서 너무 힘들었다. 


수많은 좌절 끝에 내가 깨달은것은 내 감정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 아프고 힘든 감정에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힘껏 아프게 한 다음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게 진짜 감정을 존중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은 이성에 의해 통제가 가능한 부분이 아니니까. 명백히 다른 영역이므로, 감정은 그 감정을 힘껏 느끼는것외엔 답이 없다. 그러니 잔상도 마찬가지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그냥 힘껏 느끼고 산다면, 잔상이 다하는 순간은 꼭 오기 마련이다. 그 잔상이 다하는 순간에, 또 다른 소중한 인연이 다가올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예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