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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폭력성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온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전제가 더 붙게 되면 이야기가 조금 더 달라진다.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서 '평범하지 않은 사건'을 겪은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이 정의가 좀 더 나를 정의하기에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왜 나는 힘들까. 자꾸 과거에 머물러 있을까. 라고 생각해왔다. 한 마디로 나는 힘들만한 사건을 겪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두면 잊혀질 것을 자꾸 끄집어내서 헤집어놓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과거는 인생의 큰 전환기마다 밀려와서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내 과거가 현재의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규명되어야만 나는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것 같았다. 규명되지 못한 과거 때문에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게 정상인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정상인가?하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의심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를친구들은 신기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했고 부모님은 고치려 들었다.


나는 내가 과거에 겪은 일들이 내 상처이기도 하지만,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위를 볼 때 나는 아래를 보고 살고 싶었다. 그게 멋진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삶을 살고 싶은 나는 너무 나약했다. 그런 나약한 나에게 돌아오는 말들은 '나도 그랬다.' '이겨 낼 수 있다.' '사회라는게 원래 그렇다.' 이런 말들이었다. 그들의 말만 들으면 나는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어하는데 이겨내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사람들은 때때로 긍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가한다. 나는 그저 내 과거에 대한 인정만을 바랄 뿐 이었다. '그런 일을 겪었었구나.'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네 자리를 잘 지키면서 살아왔구나' 라는 인정을 바랄 뿐 이었다. 내가 힘들었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아주기를 바랬던 것. 그 것 뿐이었다. 아마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그 것이 내 진로로 이어졌던것 같다. 이렇게 글이라도 쓰지 않았다면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갔을지 잘 모르겠다. 그리 좋지 않은 방향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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