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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병



엄마, 나 싫지?라고 장난스레 물었다.

응 싫다. 일하러도 안가고 빈둥거리는거 싫다고 이야기했다.


화장실도 갈겸, 엄마와 아빠가 거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길래 나와봤더니

아빠가, 왜 또 이야기만 하면 방에서 나오냐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가족끼리 싸우는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기름에 불을 붙듯이

내 예민함에 엄마와 아빠의 말 한마디가 불을 붙여서

그 불을 꺼보고자, 공책을 펼쳐서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라고 써내려가다가

예민한게 내 탓인가 씨발까지 쓰고 

볼펜으로 공책을 찢고, 볼펜은 펜 끝이 부서졌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속병이 났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내 탓인가?

머리가 하얘지고 속이 아파서 

죽고싶다


남 인생에 민폐끼치지말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내가 나로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보려 했는데

그전에 속이 썩어문드러져 죽어버릴까봐 무섭다


더 외로운 것은

아무도 이렇게 내가 아픈 것을 모른다

진짜 왜이렇게까지 속병이 났는지 모르겠고

이 속병이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서 너무 무섭다


병이 아니라 잠깐 지나가는 무언가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갈수록, 나을 수 없는 병의 형체가 뚜렷히 보여가고 있는것 같다

그 형체가 어느 순간 나보다 더 커져서 

날 집어삼켜 내가 아닌 내가 되버릴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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