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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너무 힘들다

나는 잘웃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예쁘지도, 일을 잘하지도 못하니까, 그런데 성격까지 내향적이라 최악인것 같고 막 그렇더라. 그 순간에는 정말 내가 내가 아니고 싶었어. 가볍게 넘기랬는데 분명히. 분명히 가볍게 넘길 수가 없더라. 그렇잖아. 가볍게 넘기란다고 넘길 일이었으면 친구들한테 얘기도 안했겠지. 안괜찮아. 돈도 많았으면 좋겠고, 사랑도 차고 넘치도록 받고 싶고, 그럴만한 내면과 외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사실 내가 그런사람인지도 잘 모르겠고. 당장 내일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나에게 막막한 상황의 연속에서 아빠는 맨날 몸아파서 퇴직한다 어쩐다하고, 친구들은 답없는 취업, 연애 얘기들을 카톡창에서 늘어놓고, 나도 취업, 내 기분, 가족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이 재미없는 삶 속에서

좋은거라곤 이것밖에 없어. 쌀쌀한 밤바람이 들어오게 창문을 열어놓고, 씻고나서 살짝 졸리는 기분을 참아내면서 노트북에 앉아 써내려가는거.  나는 지은이를 구해줄 수 있는 미쓰백도 아니구 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치기 싫어서 몇번은 한척 속이던 그 어린날의 나도 아니란 말이야. 박자에 맞춰서 피아노를 칠 수 없어서 속상했던 날, 집으로 박자기를 들고가면서 울먹거렸었어. 난 이런아이야. 잘하는 것도 크게 없고, 잘난 면도 없고, 모든게 다 어설픈 아이. 그 어설픈 하나하나를 굳이 다 끄집어내서 방 안 가득 어질러놓고는 감당 못해 힘들어하는 미련한 아이거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그냥, 그냥, 나도 지은이처럼 미쓰백같은 사람이, 혹은 은찬이 옆에 사장님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이, 나를 차고 넘치게 사랑해줄 사람 말이야.

있잖아 왜이렇게 난 예민할까. 그래서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을, 다시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사람들을 머릿속에서 붙들고 늘어지는걸까. 시간을, 사람을 붙들고 늘어지는게 아니라, 그 시간 속에, 그 사람들과 존재했었던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니고 싶어서 너무 죽겠더라. 그래서 나는 내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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