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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망

쓰레기통 앞에 서서 늘어난 헤어망을 들고 한참을 서있었다. 

아, 진짜로 버리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못버리겠더라. 

내 첫 사회생활을 함께했던 헤어망이었다. 

진심이었다. 못버리겠더라. 

그 손을 떨어뜨려 쓰레기통안에 넣지 못하겠더라. 

숱 많은 머리 때문에 다 늘어난 헤어망을 다시 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고 추억으로 물건을 남겨두는건 

그러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다. 

방이 더럽혀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과거'라면 정말 질릴대로 질린 무언가였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에 빠졌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내 자신에게 감탄을 하며 박수를 쳐주고 싶을정도로 나는 과거에서부터 못벗어나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과거와 관련된 물건이라도 모조리 갖다버려야 

과거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 들었다.

어찌됬든간에,

나는 오늘을 살아내야 하고, 내일을 살아내야 한다

스무살의 나처럼 어제의 나에 묶여있기에는,

오늘의 무게가, 그리고 다가올 내일의 무게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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