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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내게 할머니는 제2의 엄마와도 같았다. 나는 할머니가 지방에서 사실때도 좋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오신 것도 좋았다. 집이 두개 생긴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원래 집 말고도 언제든지 나를 받아주는 또 다른 집이 있다는건 은근히 신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학교 등교를 하다가 들르기도 하고, 아빠와 할머니집 가는 날이 아닌데도 혼자 불쑥 찾아가기도 했다. 

할머니는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시기도 했고, 냉면이 먹고싶다 했을땐 얼른 슈퍼를 가셔서 미지근한 육수의 냉면을 만들어주시기도 하셨다. 그 미지근한 냉면이 참 맛있게 느껴지고 내심 기뻤다. 

내게 그런 존재였던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0일제를 하루 앞둔 그 날 저녁부터 편찮아지시기 시작했다. 늘 다리가 안좋으셨던 할아버지와는 달리 할머니는 비교적 건강하신 편 이셨고, '당연히' 앞으로도 그러실줄 알았다. 그래서 편찮으신 할머니의 모습은 18년동안 보아왔던 할머니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다. 

할머니는 편찮으시기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로 종종 할머니집에 들르면, 할머니는 '자고가면 안되냐'고 물어보셨었다. 나는 그 말에 담긴 외로움을 알아채기엔 너무 어렸던것 같다. 그 질문에 '다음에 자고 갈게요'라고 대답하며, '다음'이란 것이, '당연히' 존재하겠지. 라고 생각한 18살의 나를 몇년동안 원망하며, 후회했다. 다음은 절대 없고 후회를 반복하는 지금만이 계속될 뿐 이다.

18살의 나를 돌아보는 25살 봄의 나는, 또 다른 후회할 일을 반복하면서 지금을 보내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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