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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지난겨울의 시리디 시린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초여름같이 무더운 봄이 찾아왔다. 매서운 칼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도서관을 올라오던 길을, 두꺼운 코트를 벗어 한 손에 쥔 채로 올라왔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을 좋아했다. 벚꽃이 만발한 도로를 본다든가, 피서객들로 가득 찬 해수욕장을 비추는 뉴스를 본다든가, 빨간색이나 노란색이 꽉 차 있는 단풍나무나 은행나무를 보는 것도 좋아했다. 눈이 만발해서 하얀색이 가득한 세상을 자주 볼 수 없는 곳에 사는 것은 좀 아쉽긴 하다.

그 계절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 한 계절에서 한 계절로 넘어갈 때의 변화를 좋아한다. 물론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든, 싫어하든 나를 둘러싼 무언가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계절의 변화는 나에게 일종의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나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이라는 게 사실 지난 겨울 동안 너무 오랫동안 묵어있어 냄새마저 날 것 같은 감정들을 환기하는 것이다. 햇볕이 들게 하고 바람이 통하게 하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는 계절의 순리처럼, 흐린 하늘에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맑게 개는 날씨의 순리처럼, 그 자연의 순리들을 통해, 우울함이 죽고 싶을 만큼 나를 한바탕 휘젓고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나가게 될 것이고 다시 내 마음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맑게 개는 날이 올 거라고 믿게 된다. 그래서 내게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는 것은 중요하다.

내일은 두꺼운 코트 말고, 가벼운 봄 코트나 지퍼형 후드를 입어야겠다. 날씨에 맞게 옷차림의 변화를 주는 것도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이니까.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주 소소한 것들이 삶을 살게 하는 가장 큰 활력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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