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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

미투 운동의 본질

요새, 미투 운동이 뜨겁다. 시초는 아마 서지현 검사님부터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문화예술계, 교육계, 정치권 등 미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서로의 용기가 되고 있다. 나도 누군가의 용기가 될 수 있을까. 처음 접한 서지현 검사님의 JTBC 뉴스룸 인터뷰 내용을 보고 위로를 받고, 어떤 피해자 분이 트위터에 올린 미투 글을 보고 30분동안 펑펑 울었었다. 

어제 밤에는 안희정 전 지사의 전담 비서가 안희정 전 지사로부터 받은 성폭행 피해에 대해 폭로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성추행, 성폭행 피해에 대해 나는 머리가 아프다. 오빠가 먼저 나에게 '요새, 미투 운동이 뜨겁더라.' 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남자는 원래 번식을 위해 성욕이 강하도록 타고 났다. 하지만, 그 성욕이 사회 질서를 흐뜨러뜨린다면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통제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아니, 원래? 어쩔 수 없이? 

얼마전에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오고 갔었다. 오빠와 친하게 지내던 한 살 터울의 형이 사춘기 즈음에, 엄마에게 '가슴을 만지면 무슨 기분이에요?'라고 물어보는 것을 내가 봤었다. 엄마가 당황하면서 '왜 그래..'하며 무서워 하셨었다. 엄마는 기억하는지, 잊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기억이 아주 가끔씩 떠오를때마다 머리가 아프고 역겨운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을 오빠에게 얘기했더니 '기껏해야 초등학교 때 인데.'라고 했었다. 그 때도 지금도 그 얘기를 듣는데 기분이 찝찝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했다. 마치,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은 느끼지 못하는 채로 철저하게 논리적으로만 접근해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 


단은 그 남자의 본능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논리부터 틀렸다. 터져나오는 성폭력 피해 사례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가해자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신보다 높은 직급에 있는 상사(학교 교수, 연극단 단장 등)라는 것 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젠더 권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젠더 권력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게 될 때, 과연 여자보다 남성이 물리적인 힘이 더 커서 그 상황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 이다. 벗어나지 못하고 폭행, 살해 당하거나, 벗어나서 문제를 제기하면 적극적으로 저항했는가를 입증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솔직히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들을 말하는 모습을 보니 조소가 나왔다. 지금 본인 앞에서 같이 이야기 하는 친동생이 그 피해자라고 생각이나 할까?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한채, 미투 운동을 관망하듯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이다. 자신의 동생은 쏟아지는 미투 운동에 늘 머리가 아프거나, 혼자 운 적도 있는데 말이다. 

이런 경험을 비추어서 볼 때, 미투 운동의 본질은 무엇에 있을까? 한 가지로 정리하자면, '상대방의 허락없이,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어 어떤 행위(성추행, 성폭행)를 하는 것이, 상대방의 정신에, 그리고 앞으로 살아나갈 삶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이해가 먼저가 아니라 인정이 먼저라는 것 이다. 피해자가 느끼는 생각, 감정을 이해를 못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드러내는 것이, 2차 가해가 되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시도보다 인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해의 힘보다 인정의 힘을 더 믿는다. 

피해자들은 서로에게, 나도 그런 일을 겪었었다며 서로가 서로 그 자체가 되어주면 된다. 제3자들은 더 이상 제 3자가 되지 않기로 하는 것 이다. 자신의 삶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관망하듯이 이야기하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 가족들이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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