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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웃어서 미안해. 새벽에 응급실 갈 정도로  아프면서도 관리비 내라, 양치도구 챙겨라면서 엄마의 역할을 내려놓지 못하는게 너무 대단해서 웃기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아프지 말라는건 진심이야. 엄마가 아파서 좋았던건 엄마에게 받기만 하던 내가 엄마에게 무얼 해 줄 수 있어서이고, 그리고 엄마가 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게 좋아서 그래서 그랬어. 보호자 목걸이를 매고 응급실에 들어갈 때,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거든. 나도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

엄마 나는 엄마가 쉬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그동안 엄마의 잔소리에 괜히 화가 나고 서러웠었던건 엄마가 못나서가 아니야. 엄마의 잔소리가 틀린 말이 없어서, 그래서 내가 못난 사람, 못난 딸 같아 보여서 그랬어. 

어찌됬든 엄마도 나도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 솔직히 한 순간에 바뀐다곤 못해. 그건 거짓말이야. 이렇게 써놓고 엄마가 또 회복이 되서 나에게 잔소리를 한다면, '아, 짜증나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거 가지고 잔소리야'하면서 집에서 도망나올지도 몰라.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부모가 자식 곁에 건강하게 오래 있어주는 것 만큼 가장 큰 건 없어. 엄만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살아왔으니까 잘 알잖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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